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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4 Focus on detail - Star Trek The Beginning

Focus on detail - Star Trek The Beginning


 나름 특이한 군생활을 통해 1년 정도 배를 타고 살았던 적이 있다. 이동 수단으로서의 배와 생활 공간으로서의 배는 정말로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을 그 생활을 겪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보통 군생활을 세상과 단절된 전혀 다른 세계의 경험으로 비유하곤 한다. 돌아보면 해상 생활이라는 것은 정말 전혀 다른 세계에 가깝다.

 타이타닉과 같은 호화 유람선은 잘 모르겠지만, 보통의 어선이나 함선, 화물선 등은 일단 대부분의 공간이 인간의 편의보다는 해상이라는 상황의 특수성에 최대한 맞추어져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양식도 특이한 점들이 존재한다. 해상생활은 항상 바다라는 위험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의 선원들은 확실한 업무분담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군함이 아닐지라도 선장을 위시한 위계질서가 중시된다.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을 '항해'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바다' 역시미지의 공간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스타 트렉과 같은 Space Adventure류의 SF 영화에서도 '우주선'과 그 내부의 환경을 대부분 '함선'과 '해군'을 메타포 삼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영화 초반, 위기상황에서 다급히 뛰어가던 선원이, 함장이 지나가자 경례 대신 통로 옆으로 붙어 서서 차렷 자세를 유지하는 장면이 있다. 해군 생활을 해봤거나 각종 영화를 통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는 좁은 통로에서 상관에게 예의를 갖추는 일종의 경례 자세이다. 통로가 좁고 바닥이 흔들리는 것을 감안하여 손을 들어올리는 행위를 생략한 것이다.

 SF영화에서는 보통 진보된 기술과 그에 맞추어져 변화된 시설에 중점을 두고 최대한 멋지고 그럴듯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더 흥미로운 것은 인간들의 생각과 행동이다. 수백년 후의 미래에서도 지금과 같은 행동양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을까?

 사회 속에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상황'이다. 최근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이를 실험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또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교수는 동아시아 경제 부흥과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흔히들 말하는 '국민성'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오히려 경제 구조가 변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양식이 변했다는 점을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심리학적 연구 결과에서는 인간은 합리적 사고를 통해 행위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감정에 의한 행동을 하고 그 이후에 이성을 통해 합리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전 경제학의 기본 근거인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인간'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합리성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소위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왔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애초부터 합리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단지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믿음, 혹은 합리적 인간에 대한 지향이 마치 도그마처럼 번져나가자 이에 대한 반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류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근친상간'이 금기시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혼인'을 통해 새로운 세력과의 동맹을 맺어 세력을 확장하고 안전을 담보하는 일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혼인'을 통한 동맹과 세력 확장이 유효한 것을 보면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어느 정도 기득권을 가진 혈족에서 '혼인'의 의미란 석기시대 이후로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개별적 인간의 행동은 '감정'에 기초하며, 사회적 행동은 '상황'에 근거한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스타 트렉에서 보여주고 있는 우주선 속의 행동 양식은 분명 상당한 근거를 지니고 있다. 기술문명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을 둘러싼 구조적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인간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영화 'Idiocracy'와 'Wall-E'에서 꼬집고 있듯이, 기술 발전과는 별개로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수준은 되려 퇴보하게 될 수도 있다.

(p.s. 최근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설계, User Experience 연구가 각광을 받고 있다. UX의 진보가 진정 '인간을 위한 기술'이 되어서 인간을 이롭게 할 것인가. 우리네 '홍익인간'의 이념에서 '널리'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인터넷을 통한 매체의 혁명도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기에 앞서 자본의 논리에 잠식된 것처럼 보이기에, 한동안은 확신이 없이 지켜볼 뿐이다.)

- 비선형적 사고에 의한 귀납적, 비논리적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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